겨울 바다의 성찬, 굴

Posted by 야근반장
2007. 11. 13. 10:07 information/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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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을 먹으라, 더 오래 사랑하리라’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피부가 하얗다’ ‘성 제임스날 굴을 먹으면 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굴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중국 송나라 시대(420년경)에는 대나무에 끼워서 양식한 굴을 즐겼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기록상으로 1454년 단종 2년부터 굴을 즐겨 먹었다. 해산물을 날것으로 먹는 것을 금기시해온 서양인들도 유독 생굴만은 좋아했다. 나폴레옹은 전장에서조차 세 끼 식사에 굴을 빠뜨리지 않았고, 줄리어스 시저는 대군을 이끌고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 원정을 꾀한 이유 중 하나가 테임스강 하구에서 나는 굴의 깊은 맛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굴만큼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즐기는 먹을거리는 드물다. 또 굴만큼 완전한 식품을 찾기도 어렵다. 굴은 다른 어패류에 견줘 단백질이나 지방질이 적은 편이지만 단백질에 타우린이나 글루타민산 같은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질이 뛰어나다. 굴에 함유된 타우린은 몸속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굴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르테론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연의 함량이 어패류 중에서 가장 많다.

이뿐만 아니라 굴은 ‘글리코겐의 왕’이라 할 정도로 인체 내에서 바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글리코겐의 함량이 많다. 굴에는 비타민 A, B1, B2 등과 철분, 인, 칼슘 같은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여성의 미용식품으로도 그만이다.

 

허영만의 만화 《맛의 달인》을 보면 “굴요리의 매력은 향기에 있다”고 나온다. 혹자는 굴 특유의 향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향기 없는 굴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중에서도 생굴이 일품이다. 거친 껍데기에서 떼어낸 굴 한 점을 혀 위에 살포시 올려놓으면, 알싸함과 함께 입 안 가득 퍼지는 향긋함이 뇌까지 진동하는 듯하다.

 

생굴이 원 재료의 맛을 최대한 느낄 수 있어 좋긴 하지만 많이 먹다보면 물린다. 그래서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먹는다. 그 중 ‘굴무침’이 최고인데 ‘향’이 살아 있는 굴을 무·당근과 함께 버무린 것으로 훌륭한 밥 반찬이 되기도 한다. 씹히는 맛이 없는 굴의 단점을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가 보완해주고 굴만 먹을 때 느끼는 밍밍함도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응용하기에 따라 수많은 요리가 가능하다. 찬바람이 옷 속 깊이 스며드는 이 계절. 식탁 위에서 겨울 바다의 성찬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